손 바느질로 옷 만들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AI를 맞아 재봉틀이 등장했던 200년전을 돌이켜 본다면.. (희망편)

21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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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어떻게 보면 손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서 옷을 만들던 수공업자에 가까웠습니다. 일부 자동화 도구들 (예를 들면 코드 자동 완성, 정적 분석 도구 등) 이 코딩 그 자체나 디버깅을 도와 주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완전히 수행해야 하는 수작업이었습니다.

그것은 개인이건 기업이건 차이가 없었습니다. 커다란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주 많을 뿐이었습니다. 재봉틀/방직/방적기가 발명되기 이전에도 공장형으로 수공업자를 아주 많이 모아다 놓고 섬유와 옷을 손으로 생산하던 공장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기업은 이렇게 수공업자들을 대량으로 고용해 수공업자들이 장인정신으로 제품(의류, 소프트웨어)을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AI 에이전트는 정말 급격하게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을 바꾸었습니다. 바이브 코딩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이브 코딩이 비전문가들에게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수 있는 문을 열어 주었다면,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AI 에이전트는 비약적인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마치 손 바느질로 옷을 만들던 수공업자들이 재봉틀을 처음 접했을 때와 같습니다.

AI 워싱인지 아닌지 아직 잘 모르겠으나, 표면적으로는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 기업이 AI로 인해 잉여 인력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대량 해고를 하고 있습니다. 해고 했던 시니어 개발자들을 다시 재고용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긴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현 시점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AI 라는 대상을 두고 양가적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AI가 없으면 일을 못하겠다. 그리고 이 AI 때문에 내 직업이 없어질 수도 있다. 저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의 앞 날은 어떻게 될까. 저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회사에서 동료들과 잡담을 하면 이 주제 뿐입니다. AI 의 거센 물결과 날로 훌륭해 지는 AI 앞에서 과연 우리의 밥줄은 무사할 것인가? 과연 내 아이가 독립 할 때까지 내가 밥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왜 하필 지금이어서 은퇴 각도 안나왔는데 밥벌이를 고민하게 만드는가? 은퇴 몇 년 안남은 저 선배님이 제일 부럽다 등등.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우리는 과거에 어땠는가를 반추하고 그로부터 미래를 대입하여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제가 서두에 바느질 수공업자를 언급한 이유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AI 에이전트는 분명 완전하지 않습니다. 숙련된 인간 엔지니어의 제어와 통찰력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만 돌려서는 현 시점에서는 아무런 일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AI의 발전 속도이지요. 이 것은 어쩌면 200여전년 재봉틀/방적기/방직기 (이하 재봉틀이라고만 쓰겠습니다.)가 발명되어 보급되던 시기의 바느질 수공업자들이 느꼈던 것과 비슷할 것이라 가정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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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200년 전으로 돌아가 그들이 어땠을 지 상상해 보겠습니다. 옷은 만들기도 어렵고 특히나 품질 좋고 디자인 좋은 옷은 비싸게 팔 수 있었습니다. 덩달아 나의 몸값도 높았습니다. 옷을 구입하는데 충분히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있는 부자들은 바느질 한 땀 한 땀의 품질 조차도 따지는 까다로운 고객들입니다. 디자인은 차치하고 그 정도 훌륭한 바느질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사실 별로 없었습니다. 이 바느질 실력을 완성하기 까지 나는 수십년 동안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재봉틀이라는 것이 나왔습니다. 이 재봉틀이라는 기계는 그 어려운 바느질을 순식간에 해치워 버립니다. 게다가 완전히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바느질을 합니다. 나의 수십년 경력이 무색해져 버립니다.

그렇다고 재봉틀이라는 것이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정도 연습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느 수준 이상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십년 경력 수공업자의 바느질과 석달 연습한 재봉틀의 바느질 수준이 비슷했습니다. 더이상 바느질 자체만으로는 나를 비롯한 내 동료들은 경쟁력을 내 세울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나도 재봉틀을 씁니다. 아직은 내가 가진 기술로 재봉틀보다 더 훌륭한 바느질을 할 수 있지만 그런 수요보다는 재봉틀로 바느질 해도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오고 그정도 품질의 옷이 수요가 가장 많았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옷을 만드는 시간이 짧아 졌습니다. 당연히 옷의 생산량이 급증했습니다. 옷 값이 싸졌습니다. 잘 알던 동료는 재봉틀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사람들을 직접 훈련시켜서 재봉틀로 빠르게 많이 옷을 생산하는 공장을 차렸습니다. 한 달에 100원짜리 옷을 10개 팔았는데 지금은 10원짜리 옷을 5000개 판다고 합니다. 돈을 50배 더 법니다. 물론 공장 직원들 월급과 유지비를 계산해서 순이익을 따져야 겠지만 그럼에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번다고 합니다. 그 친구가 저에게 와서 공장에서 일 해 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공장에서 직원들을 교육하고 생산 제품의 품질 및 생산 과정을 검수, 관리 할 숙련공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예전에 알고 지내던 다른 수공업자들 연락처도 달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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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산업혁명 시기에 있었던 어떤 일화에 가까운 일을 상상했네요. 맞습니다. 어떤 재화의 생산 비용이 급감하면 재화의 가격이 떨어지고, 그러면 그 재화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여 결과적으로는 그 재화에 대한 시장 규모가 커져서 그 재화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인력의 수요가 더 늘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겪었던 경재 싸이클입니다. 과연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이 과거의 규칙이 다시 적용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 아직 은퇴할 나이가 되려면 멀었거든요.

(물론 같은 과정으로 얼마든지 암울한 시나리오로 상상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생각을 굳이 글로 쓰고 싶지 않아 다른 사례는 쓰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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