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여름 친구들과 633 국토종주를 떠납니다.
중간에 경북 문경에서 하루 묵게 되었죠.
제 고향이 문경인데, 90년대 초 탄광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아버지 직장 문제로 4학년 때 고향을 떠났습니다.
참 많이 그리워했습니다. 내 동네, 두고 온 친구들.
한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주인 할머니께 여쭈었습니다.
00식당 사장님 아시냐고, 저도 여기 살았었는데 그 식당에서 울어머니 일하셨었고,
그 집 딸이랑도 친구라고.
그러자 주인 할머니께서 여기서 바로 코앞에 그 사장님 내외 분 살고 계신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가난한 어린 시절, 식당 사장님 내외 분이 저를 엄청 챙겨주시고 예뻐했던 기억을 늘 잊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 만날지도 모른다니..
그렇게 친구들 먼저 숙소 보내고 찾아갔는데 불 다 꺼져 있고 인기척이 없는 겁니다.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후회할 것 같아, 출발 직전 다시 한번 가보았습니다.(쫄쫄이, 빕숏 착장한 상태로)
문을 두드리니 낯선 분이 나오기에 잘못 왔나 싶었는데,
두 분다 치매를 앓고 계시고 나온 분은 간병인이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간병인께서 모시고 나오는데, 그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나이만 드셨더라고요.
알아보시는 듯, 못 알아보시는 듯. . 그렇게 인사 드리고, 간병인 분에게 전화번호를 남기고 다시 페달을 밟았습니다.
불정역 도장을 찍고 있는데 걸려오는 전화.
사장님 댁 딸, 어릴 적 내 친구입니다.
친구는 부모님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눈물 날 것 같다고 하고, 저도 참 기분이 먹먹했습니다.
그렇게 삼십 몇 년만에 다시 연락이 닿아 가끔 안부를 물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엔 친구로부터 어머님 부고를 듣고 장례식도 다녀왔네요.
지금 생각해도 가슴 뭉클한 자전거 타며 가장 인상 깊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