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처음 배운게 초딩 2학년 때니까 1967인가 봐요.
제가 1959년생이니 아마 맞을 겁니다 ㅎㅎ/
아동용 자전거가 없던 시절에 성인용 자전거 안장에 앉으면 발이 페달에 닿지 않아서 앞삼각 사이로 한쪽 다리를
넣어서 서서 페달질을 했었는데 혹시 이렇게 자전거를 타거나 타는 것을 본 적이 있으신 분들은 꽤나 연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아무튼 그렇게 어렵사리 자전거를 배워서 커다란 자전거를 잘도 타고 다녔었죠.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반쯤은 자전거로 통학을 했었어요.
할아버지 자전거(체인 커버가 커다랗게 체인을 감싼) 뒤쪽 짐받이에 책가방 싣고 편도 10Km 정도 거리를 추우나 더우나
열심히 씩씩대며 등하교를 했었네요.
대학 가서는 자전거를 탈 일이 없었어요.
1983년에 군대를 공군장교로 가게 되었는데, 공군부대는 넓어서 부대 내에서 어디를 가려면 자전거가 있어야 했어요.
마침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군무원 한 분이 싸이클 선수 출신이라 같이 운동하자고 해서 처음으로 로드 싸이클을
사게 되었습니다.
삼천리에서 나온 골드윈이라는 네이밍을 가진 하이텐강 싸이클이었는데,
무게가 13kg 정도에 가격이
20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는 이 정도면 일반인이 타는 자전거로서는 하급은
아니었어요.
그 당시 선수들은 크로몰리 자전거를 타고 있었죠.
콜나고 등등… 무게 10Kg 내외, 시마노
듀라에이스 또는 캄파놀로 구동계, 알루휠 + 튜블러 타이어, 클립 페달(가죽끈으로 발을 페달에 묶는 형식, 요즘 클릿 페달과 많이 다른 형태) 등 구성으로 당시 가격이 200만원 정도 였어요.
40년 전 가격이니 지금 가치로 치면 거의 2000만원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걸 생각해보면 지금 현대식 풀
카본에 전동식 디스크브레이크 자전거의 가격대을 상회하는 가격이니
요즘 자전거가 비싸다고 할 수 없을 것 같군요.
ㅎㅎ
물론 희소성도 대단해서 돈이 있어도 구하기도 힘들었어요.
선수들이 타던 중고 프레임 구해서 타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로드 싸이클에 입문해서 주말마다 진주, 고성, 삼천포, 산청
등등 서부 경남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갓 대학 졸업한 시절이니 체력도 좋았었죠.
1년 정도 지나서 대충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삼천리 자전거방에서
산 골드윈이 사실은 저에게는 작은 사이즈여서
피팅이 전혀 안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선수가 타던 적정
사이즈의 크로로몰리 프레임을 운좋게 구할 수 있어서 제대로 된 자전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전거가 가벼워지고 피팅이 맞으니 신세계더라구요. 정말 신나서 열심히
타고 다녔어요.
제대 후 취업을 하고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힘든 직장생활 중에도 어떻게던 짬을 내어 자전거를 타려고 애를 썼지만,
80년대 중후반의 한국 대기업에 근무하는 쫄대기 신입사원의 처지는 그런 취미를 즐길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어요,
월화수목금금금…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죽어라 일해야 하는 노예 같은 생활이 이어지던 시절이었는데…
그 와중에 자전거를 도난 당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렇게 자전거는 제 삶에서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죽어라 일하면서 운동 같은 것은 꿈도 못꾸며 30대 40대를 보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못하진 않았어요.
겨울이면 스키도 타고, 테니스도 잠깐 쳐보고…
40대 들어서는 운좋게 유럽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승마도 배우고, 골프도 치고… 스쿠바다이빙도 하고…
나름 없는 시간 쪼개고 쪼개서 열심히 이것저것 즐기기는 했었더라구요.
50대 들어서 경영자 레벨이 되니 건강이 망가져 있더라구요.
체중도 불어 있고 체력은 바닥이고 매일같이
편두통과 풍치에 시달리는 생활이 이어지더군요.
이 모든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싶어 뭔가 돌파구를 찾다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직장까지 25Km 정도
거리라 자출하기 딱 좋았어요.
자전거를 사러 갔더니 내가 알던 자전거와는 다른 세계더라구요.
종류도
많고 쟝르도 다양하고 가격도 어마어마하고…
비록 젊은 시절 로드를 타긴 했지만 이제 나이 먹었으니 얌전하게 미니벨로를 타자 생각하고 다혼 미니벨로를 하나 샀어요.
이게 생각보다 잘 나가요. 재미나게 출퇴근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체력도 붙고 자신감도 올라오더군요.
점점 겸손하던 마음은 어디를 가고 자꾸 날렵한 로드에 눈이 갔습니다.
저것 타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2011년에 결국 중고장터에서
티타늄 프레임을 장만하고는 부품을 하나하나 드래곤볼 해서 8kg대 로드를 하나 조립했습니다.
그때 조립한 자전거를 아직도 타고 있습니다.
물론 구동계나 휠세트, 컴포넌트 등은 처음 조립했을 때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프레임은 여전히 같은 티타늄 프레임을 쓰고 있습니다. 당연히 림브레이크입니다.
로드싸이클과 첫인연을 맺은 후 40년 넘는 세월이 흘렀네요. 세월 참…
은퇴를 한 요즘은 남아 도는게 시간이라 매일 50~70km 정도 자전거를
타면서 소일을 합니다.
늘 가던 그 길을 매일같이 또 지나가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줄겁게 타고 있어요.
물론 궂은 날은 안탑니다 ㅎㅎ, 세게 달리지도 못해요. 기껏 30Kmh 언저리 속도만 내고 있어요,
비록 중간에 자전거를 타지 못했던 시간이 길기는 하지만, 은퇴 후
내 건강을 책임져주는 운동은 역시 자전거네요.
그때 자전거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지금만큼
건강하고 행복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사람마다 자전거를 타는 목적도 다를 수 있고, 자전거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고,
자전거를 통해서 얻는 만족과 효과도 다양할 것 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전거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서로 소통하는 사람들이니
나와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지도 말고 서로 옳다 아웅다웅하지도 맙시다.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마음으로 포용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세월 앞에는 장사 없고 누구나 나이는 들어갑니다.
자전거를 취미로 운동으로 선택한 것이 일생일대의 잘한 결정이었다는 것을 나이 먹어보면 알게 됩니다.
나이 먹은 노인네들이 좀 어설프게 자전거를 타도 너무 나무라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분들은 저처럼 기나긴 인생의 여로를 힘들게 헤치고 나와 이제야 좀 편안해진
역전의 용사들이니 노병을 예우하는
마음으로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을 듯 해요.
6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노익장이 갑자기 자전거를 시작했던 시절이
떠올라서 재미없고 긴 얘기를 늘어놓았네요.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