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단기 출장 비자 문제: '불법'과 '현실' 사이
미국으로 단기 출장을 가는 한국 기업 직원들이 종종 ESTA나 B1 비자만으로 현지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원칙적으로 불법 취업에 해당하며, 최근 미국 이민법의 강화로 인해 단속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불법의 경계와 법적 근거
미국 이민법상 ESTA(전자여행허가제)는 90일 이내의 단기 관광, 상용 목적의 방문자에게 허용됩니다. B1 비자 또한 회의 참석, 계약 협상, 시장 조사 등 비즈니스 목적의 비활동성 업무에만 사용 가능합니다.
문제는 한국 기업의 출장자들이 주로 하는 업무가 이 범위를 벗어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 설비 점검, 기술 지원, 현장 불량 확인 등은 미국 내에서 직접적인 '노동'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단순 방문 목적의 ESTA나 B1 비자로는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조지아주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불법 취업 단속이 이루어졌으며, 상당수의 한국인 근로자가 체포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합법적 대안의 한계
그렇다면 단기 파견을 위한 합법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물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L 비자(주재원 비자)와 E 비자(투자 비자)가 있습니다.
- L 비자: 한국 본사 직원을 미국 지사로 파견할 때 사용하는 비자입니다. 하지만 신청자가 과거 3년 중 1년 이상 본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하고, 미국 현지 법인 또한 존재해야 하는 등 요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 E 비자: 주로 투자자가 사용하는 비자이지만, 기업의 필수 직원이 파견될 때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자들은 발급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비용도 많이 소요됩니다. 며칠 또는 몇 달의 단기 출장을 위해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입니다. 심지어 L 비자의 경우, 최대 체류 기간이 정해져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만 적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기업들은 편법을 동원하게 되고, "미국 현지에서 급여를 받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돈을 받는 행위'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수익 창출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노동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MAGA 시대의 변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정책은 이민법 집행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불법 취업자를 단속해 미국인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논리는 외국 기업의 불법 고용 관행을 용납하지 않는 주요 명분이 됩니다.
법 집행은 미국의 권리이지만, 이러한 강경한 스탠스는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기술 인력을 파견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결국, 기업들은 투자 자체를 망설이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미국과 유사한 법적 기조
이러한 문제는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역시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활동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로 출장 시, 단순한 회의나 미팅이 아닌 현지에서의 직접적인 업무 수행은 취업 활동으로 간주됩니다. 이 경우, 비즈니스 비자(Business Visa)가 아닌, 취업 허가(Work Permit)를 포함한 임시 체류 비자(ITAS)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만약 비즈니스 비자로 입국하여 현지 공장이나 사업장에서 생산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다가 단속될 경우, 즉시 추방되거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인 불법 노동에 대해 매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단기 파견이라도 반드시 목적에 맞는 적법한 비자를 취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