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국 대기업들의 어두운 이면: 불법 노동자 논란, 빙산의 일각인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에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언론에서는 마치 기업들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은 것처럼 다루고 있지만, 현장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된 비극이자, 미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이 관행처럼 이어온 어두운 그림자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강성 노조’를 피해 러스트 벨트에서 남부로?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 노조가 지나치게 강성하다고 비판하지만, 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라 불리는 제조업 쇠퇴 지역의 노조 활동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업들 입장에서 노조의 높은 인건비와 까다로운 규제는 큰 부담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지아, 텍사스와 같은 남부 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건비가 저렴하고 노조 결성이 어려운 히스패닉계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했습니다.
하청업체에 떠넘겨진 ‘위험한 비용’
현대차의 경우, 이런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부터 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바로 '하청에 부담 떠넘기기'입니다. 핵심 역량 외의 비용은 하청업체가 감당하도록 구조화한 것입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국내 하청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하청업체들이 안정적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본사의 숙련 기술자들을 미국으로 보내려 해도, 비자 발급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한 명의 노동자를 정식 비자로 파견하려면 2억~5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영세한 하청업체들이 이 비용을 감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이들은 편법을 동원하게 됩니다.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이용해 3~4개월마다 노동자를 교체하는 ‘돌려막기’를 한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며, 운이 나빠 단속에 걸리면 노동자들은 추방당하고 다시는 미국 땅을 밟지 못하게 되는 비극을 맞게 됩니다. 이번 조지아 사태는 바로 이 불법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입니다.
삼성과 포스코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행태는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삼성의 경우, 과거 미국 프로젝트에 핵심 인력을 파견했다가 영주권을 취득한 후 대거 퇴사하는 경험을 겪은 뒤 미국 법인으로의 인력 파견을 꺼려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관행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포스코를 비롯해 해외에 진출한 대다수의 한국 대기업들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한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피해자 코스프레’는 그만
이번 사태를 보며 드는 생각은, 기업들이 정작 자신들의 오랜 관행으로 벌어진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정부나 미국 당국의 책임인 양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말이죠.
해외에서 현지 법인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빼돌리고 모르쇠로 일관했던 사례들까지 떠올려보면, 이번 사건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뉴스로는 결코 다 알 수 없었던 한국 대기업들의 어두운 실상이 이제야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그저 일회성 이슈로 끝나지 않고,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모든 한국 기업들의 불합리한 노동 관행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